생각

명품에 대한 고찰 - 왜 부유한 북유럽 국가는 명품 매장이 없을까?

피리부는소녀 2023. 12. 19. 07:16

교환학생으로 명품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럭셔리 마케팅'을 한 학기동안 공부했다.
명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샤넬', '구찌' 등 누구나 알만한 명품 브랜드 이름과 '비싸다'라는 것.
이 2가지가 전부였던 내가 그래도 한 학기동안 공부하며 럭셔리와 럭셔리 마케팅에 대해 꽤 알게 될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 학기동안 부지런히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북유럽과 서유럽 그리고 한국의 명품 매장 개수의 차이를 느껴, 이 글을 써본다.
 
우선 나는 사람들이 명품을 사는 이유의 90%는 과시를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만약 아무도 모르는 브랜드의 500만원 짜리 가방이 있다면, 그것을 구매할까? 아무리 질이 좋고 내로라 하는 장인이 만들었다고 한들 누구도 '비쌈'를 몰라주는 500만원짜리 가방을 '질이 좋아서' 사는 사람은 전세계에서 몇 퍼센트 안 될 것이다.
 
알다 시피 북유럽의 1인당 GDP는 한국의 몇 배에 해당한다.(전체 GDP는 한국보다 작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한국보다) '살만한' 수준을 영위하고 있고, 흔히 말하는 '중산층(Middle class)' 가 많음을 의미한다.
 

아이슬란드 기념품


올해 11월, 기회가 생겨 아이슬란드에 10일정도 머물렀다.
신기하게도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를 한참 걸어도 그 흔한 '샤넬' 하나 찾기 힘들었다. 
한국이라면 이미 수십 개의 매장은 지나갔을 터, 나라가 가난한 것도 아니고, 서울처럼 수도 면적이 큰 것도 아닌데 레이캬비크에는 왜 명품매장이 없는 것일까?
 

바이킹의 후손

 

첫 번째로 내가 생각한 이유는 그들이 '바이킹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바이킹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삶을 영위해야 한다. 따라서, 그들의 배는 필수재로만 가득 채워도 항상 자리가 부족했을 것이다. 특히 내가 머물렀던 아이슬란드는 바이킹이 정착하여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 대표적인 나라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사치품은 말 그대로 '사치'였다. 항해와 전투만으로도 벅찼던 그들이 명품백을 들고 명품옷을 입고 자신의 지위를 뽐낼 시간은 전무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때 정립된 '필요한 것만' 주의가 후손들에게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것이 아닐까? 
 
반면, 우리나라나 프랑스처럼 명품이 발달한 나라들은 강가를 중심으로 정착생활을 토대로 발달하였다. 누군가는 우두머리가 되어 사람들을 이끌었고, 내 이웃, 주변 친구들과 교류는 당연했다. 따라서, 한 사회 안에서 같은 공부를 하고 비슷한 환경에서 거주하면서도  '그들보다 더 나은 나'를 보여주기에 명품만한 것이 없었다. 어려운 어휘의 사용이나 의도적인 자랑없이도 그저 착용함으로써 상대와 나의 급을 나눌 수 있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사회체제

 

두 번째는 사회환경체제이다. 북유럽은 대표적인 복지국가이다. 

특히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들은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사회 구성원 간의 경제적, 사회적 평등을 추구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따라서, 그들은 세금을 통한 소득재분배 시행에 적극적이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 이웃이 잘 사는 게 내가 잘 사는 방법임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 나와 내 이웃의 급을 나누고 내가 그들보다 우월함을 보여주는 명품의 소비는 의미가 없다. 과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번 돈으로 타인을 도울 때 뿌듯함을 느끼지, 명품을 살 때 느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