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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2달 후기 a.k.a 정신PT

생각

by 피리부는소녀 2024. 9. 1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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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상담센터에서 매주 월요일 마다 상담을 받고 있다. 정신적으로 어떤 질환이 있는 건 아니지만 졸업 하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한편으로,  내가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뺐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캐나다에서는 이런 심리상담을 ‘정신PT’라고 불린다는 말을 보고 상담을 시작 하였다. PT를 받는다고 다른 사람의 운동권을 침해하는 건 아니니까!

상담 전에는 상담만 하면 내가 가진 고민들에 대한 정답은 아니더라도 선지는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담사님이 내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말한 내용 중에서 이야기 나눠볼 내용이나 키워드를 짚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여쭤 보셨다. 거의 무의식에 가깝게 말한 내용이지만 이유를 물어 보시니 답을 생각해야 됐고 그 과정에서 나의 무의식과 사고 흐름에 대해  역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특히 좋았던 건, 남에게 숨기고 싶은 단점이나 못난 생각들을 상담을 하면서 입밖으로 꺼내게 된다는 점이다. 머릿속에서 뭉뚱그려 있을 때와 달리 말로 표현 하니 실체가 생기고 막상 실체를 보면 아주 작은 문제인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이번 상담을 통해 내가 발견한 가장 큰 인사이트는 내가 내 노력을 운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상담사님 표현으로는 이걸 과잉 겸손으로 표현하시더라. 어렴풋이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내 이야기를 하면서 상담사님도 나도 깨달은 사실이었다.

나의 과잉 겸손은 주로 내가 한 노력에 비해 결과가 너무 좋았다는 식으로 발현되었다. 이런 나에게 상담이 특히 효과적였던 이유는, 내가 노력한 과정을 중심으로 내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어떻게 결과로 이어졌는지 흐름을 조망 하다 보니 좋은 결과는 내 노력이 결과라는 사실을 당당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머릿속에서 생각 할 때는 아무것도 안한 거 같았는데 입으로 말하기 위해 정리 하고 노력 과정을 되돌아 보니 생각보다 들인 노력이 굉장히 많았던 것이다.

상담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나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생각보다 그렇게 하지도 그렇게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서일까? 아니면 20대 중반이 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 했던 노력이 쌓여서 그런 걸까? 정답은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나는 요즘 행복하다.

비록 취업준비생에 이렇게 자소서 쓰는 게 맞나 막막 하긴 하지만 일단! 오늘까지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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